취사중인 짓고있는 밥(미분양)과 온장고에 들어있는밥(준공후 미분양)

재개발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현재 주택시장의 분위기일 것이다. 가격이 오를 것인지, 떨어지고 있는지에 따라 동의율도 다르고 사업성도다르다.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는 뉴스나 매스컴은 우리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왜곡된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지혜로운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시장이 격한 상승장이든, 암울한 하락장이든 가격이 오를 이유도 100가지가 넘고 동시에 가격이 하락할 이유도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수많은 상승과 하락의 이유 중에서 각자의 환경에 따라 본인이 공감이 되는 정보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도 직업이 감정평가사이기도 하고 워낙 개발사업을 빈번하게 검토하다 보니 주변분들과 시장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왕왕 있다. 그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이 보통 정확한 시장에 대한 인식 보다는 ‘본인이 듣고싶은 정보’를 더 찾게 되고 현실과 상관없이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재개발 재건축은 구역지정, 추진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및 착공 등 너무나 긴 절차 속에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이다. 이러한 장기간의 개발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리할 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매스컴에 의존하여 가져가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오늘은 부동산 시장의 온도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인 미분양과 준공후 미분양에 대해 알아보자

​​​​다음은 수도권 기준으로 장기간 미분양의 추이와 최근 2년의 자료이다

다음은 수도권 기준으로 장기간 준공후 미분양의 추이와 최근 2년의 자료이다

미분양과 준공후 미분양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이 식당 주인(주택 공급의 주체)이라고 가정해보자. 저녁 식사 손님(주택 수요자)을 예측하여, 10인분의 밥의 쌀을 준비해서(아직 돌이킬 수 있는 상태)을 씻고,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눌렀다.(이제는 돌이킬 수 없이 쌀이 밥이 되어야 하는 상태) 그리고 점심식사 때 준비했다가 온장고에 넣어놓은 밥이 5공기가 있다.

​여기서 취사버튼을 누른 10인분의 쌀이 “미분양”의 개념이고, 이미 밥이 되어 온장고에 있는 5공기가 “준공후 미분양” 이다

​실제 주택시장에서 미분양은 선분양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공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분양을 시도했으나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의 물량을 말한다.

준공후 미분양은 분양 이후 후속조치(흔히 말하는 줍줍 등)에도 불구하고 청약이 되지 않은 상태로 준공된 물량을 말한다.

​미분양 자체는 실제 공간이 아니라 권리에 가깝다면, 준공후 미분양은 실재하는 주택의 재고로서 전세가격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분양은 주택시장의 신축에 대한 흡수의 온도에 관한 수치로, 절대량도 의미가 있겠지만 실제로는 시계열적 추세가 더 유의미하다. ​

지금 수도권 기준 미분양 수치와 준공후 미분양 수치에 대해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미분양의 경우 수도권은 2023년 2월 최고점을 찍고 조금씩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서브프라임 위기 등을 겪은 과거 기준으로 볼 때 전반적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준공후 미분양은 최근 2년 기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기준으로는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오늘의 시장은 주택 공급물량을 받아주는 정도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나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기준으로는 매우 나쁜정도는 아니다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우리에게 궁금한 것은 앞으로는 어떨까? 이는 인허가 물량과 예정된 공급물량의 추세를 감안하여 예측이 가능하다. 지난 칼럼에 공유했던 것처럼 다양한 통계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며 시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매스컴은, 특히 선별하여 보게되는 유튜브, SNS에서는 보다 많은 클릭을 목적으로 하기에 자극적인 컨텐츠와 키워드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상승의 시기에는 마치 지금 영끌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고, 하락의 시기에는 모든것이 암울하기만 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미분양과 준공후 미분양은 이름 자체가 주는 뉘앙스에서 모두 하락기의 매스컴이 자주 활용하는 도구이다.

하지만 미분양이 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 대비해서 어느정도 수준인지 역시 중요하며, 전체 주택시장의 크기에서 이정도 미분양이 어느정도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다. 이 역시 수요와 공급이 매일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주택시장에서 지금 시장의 온도가 어떠한지 보여주는 온도계로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급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주택시장의 특성상 밥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아직 손님들은 배가 고플 수 밖에 없고, 밥을 빨리 달라고 원성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식당 주인이 순간의 마음에 쌀을 급히 씻고 추가로 밥을 짓는다면, 어느정도 손님들의 허기가 채워지는 시점이 도달해도 이미 취사상태에 있는 쌀은 몇분 뒤 밥이 되어 온장고에 재고로 쌓일 수 밖에 없다.

​매일의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재건축 재개발을 시행하는 조합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늘 현재의 시기가 어떤 시기인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바라보고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그 외의 상황은 어떠한지 살피며 사업을 경영하는 주체로서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재민 약력

현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

전 농협 감정평가전문가 과정 강사

전 건설산업연구원 자산운용전문인력 강사

현 중앙감정평가법인 본사 심사역

현 1기신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자문위원

현 인천연구원 자문위원

출처 : 파이낸셜리뷰(http://www.financialreview.co.kr)